30초 요약
- 가해학생 조치는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 정도·화해 정도 다섯 가지를 종합해 결정됩니다.
- 여러 명이 한 명을, 상해 기간이 길수록, 위험한 물건을 썼을수록 심각성이 높아집니다.
- 딱 한 번이면 지속성이 낮지만, 6개월간 반복됐다면 지속성이 높게 평가될 수 있어요.
- “실수였다, 장난이었다”라도 미필적 고의면 학교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 일방적인 사과나 반성문 제출만으로는 ‘화해(합의)’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손자·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막막하시다면, 아래 다섯 가지 기준부터 기억해 두세요.
조부모가 먼저 알아야 할 것
손자가 가해자라니, 조부모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예전에는 학교폭력이 생기면 저를 가장 먼저 찾아오시는 분이 아이의 엄마, 아빠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직접 전화를 주시는 일이 부쩍 늘었거든요.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부모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주로 돌보는 경우가 흔해진 까닭이지요.
그래서 이 글은 특히 조부모님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학교에서 갑자기 전화가 오거나, 아이가 울면서 집에 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말할 때, 가해 학생이 어떤 조치를 받게 되는지는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래야 가해 학생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가늠할 수 있고,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상대가 어떤 처분을 받을지 예상해 볼 수 있으니까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에 따라 어떤 처분을 받을지 결정됩니다. 이 기준에는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어요. 이름만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례로 풀어 보면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니 하나씩 같이 보겠습니다.
※ 근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및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
※ 세부 기준의 구체적 배점과 적용은 사안과 개정 이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통지서에 적힌 담당 교육지원청 안내를 함께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①② 심각성과 지속성 판단
기준 ①②: 심각성과 지속성 — 사례로 보는 판단법
가장 직관적인 두 가지부터 보겠습니다. 먼저 심각성은 지금 일어난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는 항목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여러 명이 한 명을 괴롭힌 경우와 한 명이 한 명을 괴롭힌 경우 중에서는, 당연히 여러 명이 한 명을 괴롭힌 쪽이 더 심각합니다. 또 같은 상황이라도 전치 2주가 나온 경우보다 전치 6주가 나온 경우가 더 심각하지요. 그냥 주먹으로 한 대 때린 것과, 의자를 집어 던지거나 칼·휴대폰 같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것을 비교하면 후자가 더 심각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속성입니다. 이 학교폭력이 얼마나 오래 이어져 왔는지를 보는 항목이에요.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딱 한 번 괴롭혔다면 지속성은 낮거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학기 초부터 여름방학까지 6개월간 계속 괴롭혔다면 지속성이 높게 평가될 수 있고요.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사례가 있어요. 가해 학생 세 명이 한 명을 돌아가며 각각 한 번씩 괴롭힌 경우는 어떨까요? “여러 명이 했으니 지속적이지 않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각자를 따로 떼어 보면 딱 한 번씩만 한 셈이라 개별 기준으로는 지속성이 낮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사안 전체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판단은 개별 상담이 필요합니다.

③ 고의성의 의미
기준 ③: 고의성 — ‘실수·장난’이라고 우기면 안 되는 이유
오늘 다루는 항목 중 가장 어려운 것이 고의성입니다. 제가 학교폭력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도 가장 공들여 설명하는 부분이에요.
고의란 일부러 한 것을 말합니다. 제가 펜을 들고 맞히려고 던져서 상대가 찔렸다면 고의성이 있는 거예요. 반대로 신이 나서 펜을 휘두르다 실수로 맞았다면 고의성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잘 구분하세요.
그런데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장난으로 펜을 휘두르면서 마음속으로 ‘저 사람이 찔려도 난 상관없어’라고 생각했다면 어떨까요? 처음부터 찌르려던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를 어려운 말로 미필적 고의라고 합니다. 용어를 외우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이렇게 해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은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조부모님들이 저를 찾아와 “애들끼리 축구하다 태클을 건 것”, “리코더 들고 장난치다 실수로 맞은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저는 그게 정말 실수인지 아닌지를 더 들어보고 판단합니다. 무조건 실수라고 우기다가 피해 학생과 사과하고 화해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손주를 아끼는 마음에 “그냥 실수예요”라고 둔갑시켜 표현하시는 일이 특히 많아요.
이 부분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심의에 가서 “장난이었는데요, 몰랐죠”라고만 답하면, 1호 나올 것이 3호로, 2호 나올 것이 5호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니, 신중하게 대응하셔야 합니다.

④⑤ 반성·화해 정도
기준 ④⑤: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 — 점수를 깎아 먹는 함정
마지막 두 항목은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입니다. 가장 쉬워 보이지만, 여기서 점수를 많이 깎아 먹는 분들이 많아요.
반성 정도는 아이가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를 보는 항목입니다. 그런데 반성문에 “반성한다”고 적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제가 심의위원으로 있을 때 보면, 위원들은 아이가 진짜로 반성하는지 아닌지를 대체로 알아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이나 된 가해 학생을 할머니가 무릎에 앉혀 꼭 껴안고 진술하게 하면, 아이는 오히려 어리광만 부리게 되고 반성 정도가 낮게 평가될 수 있어요. 손주를 너무 오냐오냐 감싸기보다, 가해 학생으로 휘말렸다면 잘못을 짚어 주고 반성하도록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화해 정도도 착각하기 쉬운 항목입니다. 화해란 가해 학생이 사과하고, 그 사과를 받은 피해 학생이 “용서해 줄게”라고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이뤄집니다. 법적으로는 ‘합의에 이르렀다’고 표현하지요. 그런데 일방적인 사과를 자꾸 화해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과문·반성문을 학교에 수십 번 냈더라도, 피해 학생 측이 받아주지 않았다면 화해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아래 표로 정리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 구분 | 화해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 화해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
| 사과 형태 | 가해 측의 일방적 사과 | 사과 + 피해 학생의 수용 |
| 서면 제출 | 사과문·반성문만 학교에 다수 제출 | 피해 측이 “용서한다”는 의사 표시 |
| 합의 여부 | 합의 미성립 | 합의에 이름 |
| 평가 반영 | 화해 정도 낮게 볼 여지 | 화해 정도 반영 가능 |
표에서 보시듯, 핵심은 ‘상대가 받아줬는가’입니다. 가끔 위원이 “아직 충분히 용서받지 못했다”고 교육 차원에서 말하면 흥분해 화를 내시는 조부모님이 계신데, 그렇게 대응하시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실수나 장난이어도 학교폭력이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해칠 의도가 없었더라도, ‘맞아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은 미필적 고의로 보아 학교폭력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축구 태클이나 리코더 장난 같은 사례도 실제 정황을 따져 보아야 하고요.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니, 구체적 상황은 개별 상담을 권합니다.
반성문·사과문을 많이 내면 화해로 인정되나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화해(합의)는 가해 학생의 사과를 피해 학생 측이 받아들였을 때 인정되는 것이라, 일방적으로 서면을 여러 번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화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상대의 수용이 함께 있어야 하므로, 진행 방향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부모 대신 조부모가 출석해도 되나요?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분이 진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이를 무릎에 앉혀 감싸는 식의 태도는 반성 정도가 낮게 평가될 여지가 있으니 주의하셔야 해요.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미리 담당자에게 문의하시고, 개별 상황은 상담을 권합니다.
가해학생 조치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 정도·화해 정도라는 다섯 가지 세부 기준을 종합해 결정됩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답변과 태도에 따라 처분 수위가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배점과 적용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통지서를 받으셨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손자가 가해자로 신고됐는데 먼저 뭘 해야 하나요?
우선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차분히 정리하고, ‘무조건 실수’라고 단정하기보다 정황을 그대로 파악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다음 아이의 부모와 정보를 공유해 함께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사안이 복잡하다면 초기에 개별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