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합의는 내가 원해도 피해자가 동의해야 성립하므로, 정확히는 ‘합의’가 아니라 합의 시도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 내 아이가 가해 행위를 실제로 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합의 시도를 해 사과·회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일방적 피해자라도 공개 사과·관계 회복처럼 합의로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쌍방폭력은 가해이자 피해인 복합 사안이라, 합의 진행 전 변호사 상담이 가장 안전합니다.
- 학폭 합의는 교통사고처럼 ‘7대 3’ 과실 비율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 합의를 꼭 해야 하나요?”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에요. 결론부터 경우별로 정리해 둘게요.
합의가 더 어려워진 이유
학폭 합의,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요?
학폭 사안이 생기면 부모님들은 검색도 해 보고, 유튜브도 살펴보고, 상담도 받아 보면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오십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오시면 다짜고짜 “저 합의해야 돼요?”라고 물어보시는 분이 정말 많으세요.
사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학교나 부모님들은 학폭 사안에서 진행되는 합의를 꽤 생소하게 느끼셨어요. 그런데 요즘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합의를 하느냐 마느냐로 정말 많은 것이 결정되고, 합의 금액이나 방식, 합의서 작성법 같은 부분은 전문가의 개입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지 않고, 늘 세 가지 경우로 나눠서 설명을 드립니다. 사례로 말씀드리면 훨씬 이해를 잘하시더라고요. 오늘은 그 첫 번째, “합의를 하느냐 마느냐”의 경우의 수를 가해·피해·쌍방으로 나눠 최대한 구체적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합의 금액 같은 핵심 디테일은 결이 다른 주제라, 이 글에서는 ‘합의를 할지 말지’의 판단 기준에 집중할게요.

경우 1 — 일방적 가해자
경우 1. 내 아이가 ‘일방적 가해자’로 신고당했다면
먼저, 내 아이가 진짜 가해 행위를 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를 때렸다, 따돌렸다, 돈을 뺏었다, 물건을 망가뜨렸다, 이른바 ‘패드립’을 했다 같은 유형이 많죠. 아이에게 사실 확인을 해 보니 우리 애가 실제로 잘못한 게 맞다면, 이때는 합의를 하셔야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합의 시도를 하는 것이 맞아요. 합의는 내가 원한다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니라, 피해자도 동의해야 성립하니까요.
이렇게 당연한 사례를 굳이 먼저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 아이가 100% 가해자라는 걸 확인하고도, ‘혹시 합의 시도를 하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분이 의외로 많거든요. 이건 잘못된 걱정일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합의를 시도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피해 학생이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한 가지 꼭 구분하셔야 할 게 있어요. 신고를 당했다고 해서 모두 가해자인 것은 아닙니다. 내 아이가 행위를 아예 하지 않았거나, 방조인지 방관인지 법리를 따져 봐야 하는 상황이거나, 상대방 보호자가 비상식적인 경우라면 합의를 너무 서두르면 안 됩니다.
특히 아이가 중요한 시기에 있거나 조치의 불이익이 큰 상황 — 학생 선수이거나 생기부가 중요한 중3·고3 같은 경우 — 부모님은 마음이 급해 섣불리 합의를 시도하거나 피해자 부모님을 직접 만나러 가시기도 해요. 이렇게 하면 오히려 일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일단 아이와 함께 먼저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경우 2 — 일방적 피해자
경우 2. 내 아이가 ‘일방적 피해자’라면 — 합의가 손해일까요?
내 아이가 학폭 피해를 입으면, 보통 부모님들은 처음에 “우리는 절대 합의 없다, 용서 없다, 학폭위도 가고 형사 고소도 하고 민사 손해배상 청구까지 다 하겠다”고 강하게 말씀하세요. 네,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가 합의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가해 학생에게 더 타격을 주기 위해 “우리는 합의 안 해 주겠다”고 하시는 분이 많은데, 감정을 살짝 낮추고 이성적으로 보면 우리 요구가 반영되는 합리적인 최선이 오히려 합의일 때가 있습니다.
사례를 들어 볼게요. 늘 어울려 놀던 세 명의 친구에게 따돌림을 당한 아이가 있었어요. 등교를 거부할 만큼 속상해했고, 부모님은 바로 학폭 신고와 민사 손해배상을 원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와 둘이서 직접 물어보니, 그 아이가 가장 원했던 건 친구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다시 잘 지내는 것이었어요. 이럴 때는 합의 자리에 한 번 응해 볼 만하다는 거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민사 소송을 적극적으로 진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른 사례도 있어요. 다른 아이들이 보는 데서 심하게 맞은 아이였습니다. 가해 학생이 징계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안에 따라 전학·퇴학이 아니라 출석 정지 정도로 끝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우리 아이가 입은 수치심과 모욕감이 회복될까요? 이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니, 가장 원했던 건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어요. 학폭 징계나 형사 고소는 둘 중 무엇에 성공하더라도 ‘공개 사과’와 같은 결과를 강제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서는 이런 부분을 요구해 진행할 수 있는 거죠.
확인 필요: 공개 사과·재발 방지 등 구체적 합의 조건의 이행을 어떻게 담보할지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어, 합의서 작성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점검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일방적 피해자라고 해서 “합의해 주면 가해 학생이 선처받을까 봐”, “용서가 안 돼서 싫다”고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어요.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호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 이 모든 것을 함께 고려해 합의 여부를 판단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우 3 — 쌍방폭력
경우 3. 쌍방폭력(쌍방 사안)이라면 — 과실 비율로 보면 안 됩니다
제가 진행하는 사안의 과반이 바로 이 쌍방폭력 사안이에요. 앞서 일방 가해, 일방 피해 입장에서 합의를 이야기했는데, 쌍방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입니다. 물론 잘못한 정도나 피해의 정도는 서로 다르지만, 어쨌든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 아이가 한 행위·동기·경위는 물론, 상대방 쪽도 똑같이 살펴봐야 하고, 특히 형사 고소 여부나 상대방의 대응까지도 함께 알아봐야 합니다. 앞서 말한 일방적 입장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저도 “합의하세요” 또는 “합의하지 마세요”라고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부모님들이 하시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마치 교통사고처럼 나름대로 과실 비율을 따져서 오시는 거예요. “우리가 7대 3 정도 같은데요” 이렇게요. 그런데 학폭 사안의 합의는 그런 개념으로 교통사고처럼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아래 표로 그 차이를 정리해 볼게요. 합의 판단의 출발점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 구분 | 일방 가해 | 일방 피해 | 쌍방폭력 |
|---|---|---|---|
| 내 아이의 지위 | 가해자 | 피해자 | 가해+피해 동시 |
| 합의 판단의 핵심 | 사실 인정 시 사과·회복 | 공개 사과·관계 회복 등 실익 | 양측 행위·동기·대응 종합 |
| 합의 시도 방향 | 적극 시도 권장 | 응할지 신중 검토 | 일률적 결론 어려움 |
| 접근 방식 | 자녀 사실 확인 우선 | 아이·보호자 욕구 확인 | 과실 비율식 접근 부적절 |
| 권장 순서 | (서두르지 않되) 시도 | 합의 결렬 시 민사 | 합의 전 변호사 상담 |
표에서 보시듯 쌍방 사안만큼은 스스로 과실을 따져 판단하지 마시고, 합의 진행 전에 자문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에, 즉 합의를 시도하기 전에 점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요.

자주 묻는 질문
우리 아이가 가해자인데 합의를 시도하면 불리해지나요?
사실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면 합의 시도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한다기보다, 사과와 피해 회복 노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행위 자체를 다투거나 방조·방관 여부가 쟁점이라면 시기와 방식을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사안마다 판단이 다르므로 개별 상담을 권합니다.
피해자인데 합의를 해 주면 가해 학생이 선처받지 않나요?
합의가 가해 학생의 양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그만큼 피해자가 공개 사과나 관계 회복 같은 실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 아이의 회복에 더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정이 어렵다면 개별 상담을 권합니다.
합의로 공개 사과를 받을 수 있나요?
학폭 징계나 형사 고소만으로는 공개 사과를 강제하기 어렵지만, 합의 과정에서는 이를 조건으로 요구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행을 어떻게 담보할지는 합의서 작성 단계에서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구체적 조건 설계는 개별 상담을 권합니다.
쌍방폭력은 과실 비율로 합의하면 되나요?
학폭 합의는 교통사고처럼 7대 3 같은 과실 비율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양측의 행위·동기·경위와 형사 고소 여부, 상대 대응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비율을 정하기보다, 합의 진행 전 전문가 자문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합의는 언제 시작하는 게 좋나요?
일방 가해는 사실 확인 후, 일방 피해는 아이의 욕구를 확인한 뒤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쌍방 사안은 합의를 시도하기 전, 즉 초기에 상담받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시기 판단이 애매하다면 개별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