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범죄단체 가입’으로 기소되면 무조건 실형이라고들 하지만, 실제 역할과 가담 경위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 라오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고 조직 ‘총괄’로 기소된 20대 의뢰인이, 실질을 다투어 집행유예로 사회에 복귀한 실제 사례입니다.
- 같은 죄명이라도 수사 초기의 진술과 역할 분석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범죄단체(범단)에 엮이면 무조건 실형”이라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처럼 사회적 공분이 큰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끼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 김다희 변호사가 라오스 보이스피싱 조직 가담 사건에서 수사 단계 구속된 의뢰인을 집행유예로 이끈 실제 사례를 통해, 범죄단체 가입 사건에서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월 천만 원 제안에 넘어간 20대
어떤 사건이었나 — 해외 취업 제안이 부른 범죄단체 가입
의뢰인은 평범한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코인 관련 오픈 채팅방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해외에서 일하면 월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태국을 거쳐 라오스로 갔습니다.
그러나 현지에서 마주한 것은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라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범죄 조직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기획과 교육자료 작성을 맡게 되었고, 수사기관은 이를 근거로 그를 단순 가담자가 아닌 조직의 핵심 인물로 의심했습니다.
실제로 공소장에는 의뢰인이 조직에서 총괄 역할을 하며 범죄 프로그램을 기획한 ‘교육 팀장’이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공소장 속 ‘총괄’의 실체
사건의 반전 — 기획한 프로그램은 작동하지 않았다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자 중요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의뢰인이 기획했다는 프로그램은 실제로는 범행에 거의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를 이용한 범죄 역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함께 수사받은 공범들도 “그 프로그램을 쓰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의뢰인 본인도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해 오히려 생활비를 가불받아 생활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싫으면 돌아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장은 달랐습니다.
의뢰인은 입국 때부터 조직에 여권을 빼앗긴 상태였고, 총을 든 경비원들이 지키는 사실상 감금 상태였습니다. 조직을 나가겠다고 하면 거액의 벌금을 요구하거나 현지 감옥으로 보내는 경우까지 목격했을 정도로, 자유롭게 이탈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른 변론
집행유예를 이끈 5가지 변론 포인트
저는 이 사건에서 다음 다섯 가지를 집중적으로 변론했습니다.
- 범죄단체 가입 사실 자체는 인정하되, 처음부터 해외 범죄를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었다는 점
- ‘총괄’이라는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핵심 운영자가 아니었다는 점
- 의뢰인이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실제 범죄가 이루어지지 못해 피해자도, 얻은 수익도 없었다는 점
- 여권 압수와 협박으로 조직을 자유롭게 이탈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점
- 초범이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
재판부도 이러한 변론을 받아들여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풀어 주었습니다.
명칭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
수만 페이지 기록이 증명한 ‘실제 역할’
범죄단체 가입 행위 자체는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결과만이 아니라 피고인이 어떤 경위로 범행에 이르렀고 실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하나하나 살펴야 합니다.
이 사건 역시 단순히 ‘총괄’이라는 명칭만으로 판단했다면 집행유예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 기록과 공범들의 진술까지 꼼꼼히 살펴, 명칭과 다른 실질을 증거로 명확히 입증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 수사기관·공소장의 판단 | 실제 밝혀진 사실 |
|---|---|
| 조직 총괄·교육팀장, 범죄 프로그램 기획 | 명칭뿐, 핵심 운영자가 아님 |
| 조직적 사기 범행에 가담 | 프로그램 미작동 → 피해자·수익 없음 |
| 자발적으로 조직에 가담 | 여권 압수·감금으로 이탈 곤란 |

혼자 대응하지 마세요
보이스피싱·범죄단체 사건, 초기 대응이 결과를 만듭니다
형사 사건은 같은 죄명이라도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범죄단체 가입, 보이스피싱, 투자사기 같은 조직 범죄는 수사 초기의 진술과 역할 분석이 매우 중요합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비슷한 사건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혼자 대응하지 마시고 반드시 형사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 초기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범죄단체 가입으로 기소되면 무조건 실형인가요?
아닙니다. 가입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가담 경위, 실제 역할, 피해 발생 여부, 초범·반성 등에 따라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실질을 다투어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해외 취업인 줄 알고 갔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게 됐다면?
가담 사실 자체는 인정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범죄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과 현지에서의 감금·협박 등 이탈이 어려웠던 사정이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공소장에 ‘총괄’로 적혀 있는데 실제 역할이 다르면 어떻게 하나요?
명칭이 아니라 실질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그 행위가 범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증거와 공범 진술로 다투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수사 초기 대응이 왜 중요한가요?
초기 진술과 역할 분석이 이후 기소 내용과 양형에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실제보다 무거운 역할로 판단될 위험이 있습니다.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상태였다면 참작되나요?
네. 자유롭게 이탈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사정은 가담의 자발성과 책임의 정도를 판단할 때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됩니다. 이를 뒷받침할 정황과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