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내 계좌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됐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제공했는지가 핵심입니다.
- 부업 사기에 속은 피해자였던 의뢰인이 계좌를 넘긴 사건에서, 고의가 없었음을 소명해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모두 불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 다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실제로 쉽게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조사 연락을 받으면 초기부터 전문가 검토가 중요합니다.

“내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됐다는데, 이대로 형사 처벌을 받는 걸까요?” 갑자기 경찰 조사 연락을 받으면 누구나 이런 불안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 김다희 변호사가, 부업 사기에 속아 계좌를 넘긴 의뢰인의 사기방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모두 불송치로 이끈 실제 사건을 정리합니다.
계좌가 범죄에 쓰였으니 무조건 처벌?
‘내 계좌가 범죄에 쓰였으니 처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으면 무조건 처벌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단순히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처벌을 위해서는 그 계좌가 범죄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제공했는지, 즉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의뢰인은 경찰이 집까지 찾아와 출석 통지서를 두고 갈 정도로 불안이 극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부업 알바인 줄 알았는데
사건 경위 — 부업 사기였고, 의뢰인도 피해자였다
의뢰인은 SNS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부업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면 돈을 번다”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업체는 곧 ‘미션’을 제안했습니다. 일정 금액을 입금하고 미션을 수행하면 이익금을 더해 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이상하게 여겼지만, 단체 채팅방 사람들이 “돈 벌었다”고 하자 경계를 낮췄습니다. 실제로 10만 원을 넣으면 13만 원을, 20만 원을 넣으면 30만 원을 돌려받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50만 원을 넣자 업체는 “100만 원을 더 넣어야 미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고, 대출까지 알아봤지만 돈을 넣지 못했습니다. 결국 업체는 “미션이 안 됐으니 그 돈도 못 돌려준다”고 했습니다.
의뢰인이 “그 돈이라도 돌려받게 해 달라”고 하자, 업체는 “계좌 정보를 알려 주면 그 계좌로 넣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계좌를 넘겼는데, 그 업체는 사실 사기 조직이었고, 넘겨받은 계좌를 대포통장처럼 범죄에 이용했습니다. 결국 계좌는 지급정지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까지 엮이게 된 것입니다.

무혐의를 이끈 결정적 소명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다
변호를 맡으며 주목한 것은, 의뢰인 역시 상대방에게 돈을 송금한 피해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의뢰인은 미션이라는 말에 속아 돈을 입금했고, 추가 입금을 요구받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계좌를 제공한 이유 역시 범죄 수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넣은 돈을 돌려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상담 과정에서 의뢰인의 인지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는 의뢰인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점, 즉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됐습니다. 이러한 자료와 당시 정황을 정리해 수사기관에 충분히 소명했습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은 의뢰인에게 범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기방조에 더해, 그 혐의까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까지 불송치된 이유
이 사건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사기(방조)에 대해 불송치가 나와도, 계좌를 제공한 이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대해서까지 불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계좌가 범죄에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관건은 본인이 어떤 경위로 사건에 연루됐고, 당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였습니다.
그래도 반드시 기억하세요
계좌·인증정보는 절대 함부로 넘기지 마세요
이 사건이 무혐의로 끝났다고 해서, 계좌나 인증 정보를 타인에게 함부로 제공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사건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쉽게 인정되고, 나아가 사기방조로 처벌받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다만 본인이 사건에 연루된 경위와 당시의 인식, 이를 입증할 자료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로 경찰의 조사 연락을 받으셨다면, 혼자 대응하기보다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 방향을 검토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내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면 무조건 처벌받나요?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 계좌가 범죄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면서 제공했는지, 즉 고의가 인정되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사기를 당해서 계좌를 넘긴 것도 처벌되나요?
본인도 속은 피해자이고 범죄에 이용될 것을 몰랐다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송치·무혐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입증할 경위와 자료를 체계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어떤 경우에 성립하나요?
대가를 받고 계좌·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대여하는 등의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실무에서는 사기 혐의가 불송치돼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계좌를 넘긴 경위와 인식을 정확히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찰에서 출석 통지서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혼자 섣불리 진술하기보다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와 사건 경위·유리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소명 방향이 이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계좌 제공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으려면 무엇이 중요한가요?
사건에 연루된 경위, 당시 본인의 인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의뢰인이 피해자였다는 정황과 관련 자료를 정리해 고의가 없었음을 소명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