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임차인이 “사업을 못 하겠다”며 보증금 4,500만 원 반환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청구를 전부 기각해 임대인이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 승패를 가른 것은 계약서 특약 한 줄이었습니다 — “용도변경·인허가 등 비용 일체는 임차인 부담”이 임대인을 지켰습니다.
- 계약 체결 후 무효·취소·해제는 매우 어려우므로, 특수 목적 임대차는 계약 전 특약과 사전조사가 핵심입니다.

건물을 임대해 줬는데 임차인이 갑자기 “이 건물에서 사업을 못 하겠으니 보증금을 다 돌려 달라”며 소송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약도 했고 건물도 멀쩡히 넘겨줬는데 말입니다.
이 글에서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 홍민정 변호사가 실제로 진행한 상가 임대차 보증금 사건을 통해, 계약서의 특약 사항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임차인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보증금 4,500만 원을 돌려달라니
사건의 시작 — 계약 한 달 만의 해제 통보
임차인은 노유자 시설(노인·영유아 보호시설)을 운영할 목적으로 대구의 한 건물 2·3층을 임차했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에 5년 계약을 맺고, 그중 4,500만 원을 지급한 뒤 입주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임차인이 구청에 노유자 시설 인허가를 문의하니, 건물에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 구조 보강 공사가 필요하고 그 비용이 2억 원이 넘는다는 견적이 나온 것입니다. 보증금이 5천만 원인데 공사비가 2억 원이 넘으니 임차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계약한 지 한 달도 안 돼 “계약을 해제하겠으니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자 임차인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세 가지
임차인의 세 가지 주장 — 무효·대수선·착오
임차인은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주장했습니다. 첫째, 이 건물에서 노유자 시설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했으니 계약이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라는 것. 둘째, 구조 보강 공사는 임대인의 대수선 의무에 해당하므로 임대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 셋째, 노유자 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 줄 알고 계약했는데 아니었으니 착오를 이유로 취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가지 모두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계약이 체결된 뒤에는 무효·취소·해제가 정말 어렵습니다. 거의 대부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한 줄이 승패를 갈랐다
승패를 가른 것은 특약 한 줄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들어 있던 특약 사항이었습니다. 특약에는 “본 계약의 목적물은 노유자 시설로 사용되며, 이에 필요한 용도변경·소방시설 변경·건축 인허가 등 행정 절차 및 관련 비용 일체는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원시적 불능 주장부터 반박했습니다. 임대인의 의무는 임차인에게 건물을 인도해 사용·수익하게 하면 충분하고, 건물 자체는 문제없이 넘겨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특약에서 인허가 관련 사항을 임차인의 책임으로 명시했으니, ‘이 건물에서 노유자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 계약 내용에 포함됐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돈을 투입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원시적 불능이 아니라는 점도 변론의 핵심이었습니다.

나머지 주장도 무너지다
대수선 의무도, 착오 취소도 인정되지 않았다
대수선 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특약에서 구조 변경·인허가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했으므로, 구조 보강 공사는 애초에 임대인의 수선 의무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건물을 사용·수익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1층 식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다른 시설도 실제로 입점해 있었던 만큼, 구조 보강 공사는 오로지 노유자 시설을 위해 필요했던 것일 뿐 건물의 하자로 볼 수 없었습니다.
착오 취소 역시 안 됐습니다. 법원은 설령 임차인에게 착오가 있었더라도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① 계약 당시 건축물대장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내진 설계 관련 내용이 기재되어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점, ② 특약에서 허가 관련 사항이 임차인 책임으로 명시된 점, ③ 노유자 시설을 하려면 건물 구조와 허가 사항을 관할청에 미리 문의해 사전 조사를 충분히 했어야 하는 점입니다.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것은 임차인의 중대한 과실이므로, 착오가 있더라도 취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계약 전에 챙겨야 합니다
임대인·임차인이 꼭 알아야 할 특약의 교훈
만약 계약서에 이 특약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특약 한 줄이 임대인을 확실하게 보호한 것입니다. 건물을 임대할 때, 특히 임차인이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용도변경·인허가·구조변경의 책임과 비용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특약으로 명확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임차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수한 용도로 건물을 빌릴 때는 계약 전에 반드시 관할청에 인허가가 가능한지, 추가 공사비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드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을 하고 난 뒤 “잘 몰랐다, 경험이 부족했다”고 해도 법원에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임차인이 계약을 해제하고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줘야 하나요?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 뒤에는 무효·취소·해제가 인정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 사건처럼 특약으로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임대인이 건물을 정상적으로 인도했다면,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수선 의무는 어디까지인가요?
임대인은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인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특약으로 특정 용도에 필요한 구조 변경·인허가 비용을 임차인 부담으로 정했다면, 그 공사는 임대인의 수선 의무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약사항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이 사건에서 특약 한 줄이 임대인을 지켰습니다. 상가 임대차에서는 특약이 제법 많이 들어가며, 용도변경·인허가·구조변경의 책임과 비용을 누가 지는지 명확히 정해 두면 분쟁 시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요?
착오가 있었더라도 본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계약 서류로 확인이 가능했거나 사전에 조사할 수 있었던 사항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중대한 과실로 보아 취소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수 목적으로 상가를 임차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계약 전에 관할청에 해당 용도의 인허가가 가능한지, 필요한 추가 공사비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후에 몰랐다고 주장하면 법원에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